[비하인드 스토리]나의 커피 탐험기 | 매거진에 참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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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6.10

[비하인드 스토리]나의 커피 탐험기

#커피원두 #스타벅스 #블루보틀 #스페셜티 #당신을잘아는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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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개인적인 커피 경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름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커피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만,

가벼운 에세이 같은 글이고, 시장이나 아이템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공감이 될 만한 부분도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title 이미지는 https://www.freepik.com의 License Free 이미지입니다.


0. 머리 나빠지는 음료

“아빠, 나도 좀 주면 안 돼?”

휴식과 함께 커피 한 잔 하고 있을 때마다

일곱살 먹은 딸이 정체불명의 시커먼 음료에 눈독을 들입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아빠가 습관처럼 마시는 그 음료가 궁금한 모양입니다.

자연스럽게

“이거는 어린이들이 마시면 머리 나빠져.”라는

어린 시절 제가 어른한테 들었던 레파토리가 튀어 나옵니다.

1. 인생의 쓴맛을 알려 준 커피 알갱이

제가 어렸을 때 집에 손님이 오시면

어머니는 제 손이 닿지 않는 주방의 찬장 가장 높은 곳에서

커피통, 프리마통, 설탕통을 꺼내서

커피를 제조(?)해 손님께 내 놓곤 했습니다.

어른들이 담소를 나누며 홀짝거리는 그 음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초콜릿 같이 달콤해 보이는 갈색의 음료에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시고 싶다는 말을 건낼 때마다 머리 나빠진다는 대답만 돌아왔죠.

부모님이 외출을 나가고 저하고 동생만 남겨진 어느 날,

호기심을 주체 못하고 찬장 높은 곳에서 커피통을 꺼냈습니다.

낑낑대며 커피통 뚜껑을 열고 까만색 알갱이를 한움쿰 집어서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충격적인 어른의 세계, 인생의 쓴 맛을 처음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은 마시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2. 커피의 맛

스타벅스는 아직 국내 진출하지 않았던 무렵,

대학교에서 커피숍이라는 공간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카페’도 아니고 커피숍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배 따라 가서 파르페 몇 번 얻어 먹었던 기억만 있고,

커피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습니다.

술값에 쓸 돈도 없던 때에 믹스커피나 자판기 커피 마시면 될 일이지,

커피숍에 쓸 돈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었던 모양입니다.

원두 커피의 맛을 처음 알게 된 건 대학원 시절이었습니다.

조교로 일할 때 사무실에 선임 조교 선생님이 우유를 소화 못 시키는 분이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원두 커피를 매일 내려서 드셨습니다.

사무실에 퍼지는 은은하고 구수한 커피 향이 좋았고,

자연스레 한 두 잔 얻어 마시면서 그 동안 제가 마셔왔던

믹스커피, 자판기 커피와는 다른 순수한 커피의 맛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우유와 설탕이 안 들어간 깔끔한 맛이 제 취향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3. 내 입맛에 맞는 커피

제가 언제부터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10년은 넘은 것 같고, 그 기간 동안 스타벅스에 쏟아 부은 돈이 대략 몇 백만원은 넘을 것 같습니다.

무작정 상경해서 구직 중이던 백수 시절에 가장 찾아가기 만만한 곳이 스타벅스였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 놓고 눈치 안 보고 몇 시간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스벅 아메리카노의 진한 쓴 맛은 한 모금씩 홀짝거리면서 아껴 마시기에 최적이었으니까요.

일자리를 구한 후 헝그리 정신을 잃어 버리고 스벅 커피를 벌컥벌컥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껴 마실 때부터 쓰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쓴 맛이 커피의 맛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커피의 맛을 천천히 느끼면서 마시게 되니까

‘이 쓴 맛이 뭐가 좋다고 먹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미식가까지는 아니지만, 맛있는 걸 좋아합니다.

그 무렵에는 술도 맛을 생각하면서 마시기 시작했고,

거부감 없었던 소주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긴 뭐 소주를 맨 정신에 맛 보면서 마셔 본 기억도 얼마 없긴 합니다.

오히려 맥주나 와인, 사케 같은 술들이 맛을 따지면서 마시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커피든 술이나 제 입맛 자체가 변했다기 보다는,

트렌드가 변하면서 단조롭던 경험을 제공하던 맛의 세계가

다채로워진 이유도 있을 겁니다.

경험이 다양해지면 사람도 변하니까요.

비슷비슷한 쓴 맛이 아니라, 내 입맛에 잘 맞는 커피를 찾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한국에는 개성 있고, 차별화된 커피를 다루는 카페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런 커피들을 스페셜티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안 것은 훨씬 뒤의 일입니다.)

4. 변화의 조짐.

치고 올라오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스타벅스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2014년에는 고급 원두를 다루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국내에도 오픈을 했습니다.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대략 2배 정도 비싼 가격이라 선뜻 사 먹기는 그랬지만,

원두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원두를 형상화한 이미지가 그려진 카드를 모으는 재미로 가끔 사 마시곤 했습니다.

(요즘도 새로운 리저브 원두가 출시되면 음료는 안 마시고 카드만 가져 오기도 합니다.)

2019년에는 성수동에 블루보틀 1호점이 생겼습니다.

그게 나름 당시에는 뜨거운 이슈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1호점 오픈 당일에는 당연히 방문할 엄두도 못 내고,

몇 주 지난 평일에 하루 휴가를 내서 방문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줄 서서 기다리느라 기운 다 빠지고,

맛이라는 걸 느낄 여유도 없었던 까닭에

당시에 그 한 잔이 어떤 맛이었는지는 기억조차 없습니다.

(몇 년 지나서 청계천에 있는 블루보틀에서 여유를 두고 한 잔 마셨는데,

그 때는 가벼우면서도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게 상당히 인상 깊은 맛이었습니다.)

블루보틀이 기점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압도적인 업계 1위 스타벅스도 2020년도부터

원두를 조금 연하게 볶은 ‘블론드’라는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제 입맛에는 스타벅스의 오리지널 원두보다 블론드가 그나마 괜찮았습니다.

물론 조금 약하게 볶은 원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산미가 여전히 약해서 아쉽기는 합니다.

스타벅스가 그렇게 두 가지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고소한 맛과 산미’라는 최소 두 가지 옵션을 제공하는 프렌차이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5. 여전히 어려운 커피

커피 전문가들은 현재의 스페셜티 커피 열풍을 커피 트렌드의 세 번째 파도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만큼 일상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취향에 맞는 커피를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커피 입문자이면서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찾으려는 사람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맛에 대한 설명만으로 그 맛을 상상하기는 어렵고,

곳곳에 자리잡은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이 어떤 원두를 취급하는지를 파악하기도 어렵기 때문에요.

그런 진입 장벽 때문인지,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한 번 마시고 ‘그래 이 맛이야’를 외치는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맛이라는 건 내 기분이나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상대성이 있기 때문에요.

그리고 다양한 맛을 경험하면서 내가 선호하는 맛,

취향에 맞는 맛을 찾아 가는 여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맛과 향을 진지하게 경험해 보고 싶어하는 입문자에게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에 들여야 하는 시간은 사치가 되기도 합니다.

경제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맛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굳이 시간 들이고 돈 들여서 마실 이유가 없으니까요.

조금은 쉽고 빠르게 내 취향에 맞는 선택을 하도록 돕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취향을 발견하는 여정을 지속시킬 방법은 없을까요?

마무리.

저의 고민에 동참해 주실 분,

‘당신을 잘 아는 커피, 커피 취향의 발견과 발전’을 실현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추신 분은 망설이지 마시고 지원해 주세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직 조금 더 남아 있습니다.

조만간 또 글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