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서울에 사는 1인가구 중 54%는 임차가구래요.
특히 20~30대 청년층의 전·월세 비중은 80~94%에 달해요. 서울에 사는 청년 1인가구 대부분이 임차인으로 살고 있다는 거죠.
물론 서울만의 문제도 아니에요. 전국적으로 따져봐도 1인가구의 64%가 전·월세에 거주하고 있었거든요.
2인 이상 가구의 자가 거주비율이 70%나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1인가구는 유독 임차가구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아마 오늘 레터를 읽고 있는 사미들 중에도 세입자 사미가 꽤나 많을 것 같아요. 사실 전·월세로 살다 보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잖아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세입자라면 누구나 지게 되는 ‘원상복구의 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민법 제615조에서는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할 때는 이를 원상에 회복해야 하고 이에 부속시킨 물건은 철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좀 더 쉽게 풀어 써 보자면, 전·월세 계약이 만료돼 임차인이 집에서 퇴거할 때는 원래의 상태로 복구해 놔야 한다는 거죠.
법으로 명시돼 있는 사항인 만큼, 임대차 계약서에 원상복구 의무에 대한 언급이 없더라도 꼭 지켜줘야 해요.
사실 호니는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어차피 못질하는 거 아닌 이상 내 짐만 빼내면 집은 원래 그대로일 텐데, 이거 뭐 어려운 일인가?😵💫 하고요.
근데 10+n년간 월세러로 살아보니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이 원상복구 의무를 지키는 거더라고요🤦
세입자가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집이 처음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긴 어려워요.
벽지는 가만히 둬도 변색이 되고, 전구는 쓰다 보면 수명을 다하죠. 세입자는 열심히 관리했지만, 결국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피는 경우는 또 어떤가요?🫠
집마다, 사람마다 발생하는 문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임차인은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 이 한 문장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상황별 해결책을 꼼꼼히 살펴볼게요.
2년 살던 전셋집에서 이사를 가게 됐어요. 그런데 이사 당일, 집을 둘러보던 집주인이 벽지가 여기저기 변색됐다며 벽지 교체 비용을 요구하더라고요.
제가 들어오기 직전에 새로 도배한 거라면서요. 빨리 이사를 가야 해서 달라는 대로 주고 오긴 했는데… 이거 정말 제 책임 맞나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모되고 손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요. 일부러 흠을 낸 게 아니라면요.
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주택에 가해진 손상이 통상의 손모 수준일 때는 세입자에게 원상회복의 의무가 없거든요.
통상의 손모란 말 그대로 통상적인 사용 후에 생기는 손상과 마모를 말해요.
임차인이 고의나 실수로 파손한 게 아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경미한 손상들을 통상의 손모라고 이해하면 되겠죠.
위의 사례도 세입자의 책임으로 보긴 어렵겠죠.
다만 벽지 변색이 반려동물의 소변이나 흡연으로 인해 생겼거나 음료 등을 쏟아 생긴 얼룩이라면 세입자가 원상회복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요. 이건 통상의 손모라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여기서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게 있어요. 바로 통상의 범위입니다.
앞선 사례에서도 2년 만의 변색을 임차인은 통상적이라고 봤고, 임대인은 그렇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 거잖아요?
이 통상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법은 없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시한 ‘임대주택 수선비 부담 및 원상복구 기준’을 참고한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어요.
퇴거 시 주요항목에 대한 원상복구비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 사례별로 자세히 정리해뒀거든요.
이 기준에 따르면 <도배·장판>에서 ✅압정, 핀 등의 구멍자국이나 ✅가구, 가전제품에 눌린 자국 등은 임대인이 부담하지만,
✅이삿짐 운반으로 인한 바닥재 훼손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과도한 못박기 ✅애완동물에 의한 도배·장판 훼손 등은 임차인이 부담해야 해요.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LH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다운 받아 확인해 보세요!😊
반지하 전세 6개월차인데 벽지에 곰팡이 완전 많이 생기고 냄새도 심하게 나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주인분한테 얘기했는데 집주인분이 연락을 자꾸 안 받아요.
이번 사례는 혼삶레터 담벼락에 올라온 사연을 인용했어요. 반지하 주택은 지면 아래에 위치해 있는 만큼 습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로 인해 벽지나 바닥재에 곰팡이가 슬었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무조건 집주인이라고 답하는 사미도 있을 텐데요. 사실은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책임의 주체입니다.
민법 제374조는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는 채무자가 그 물건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의미는 매우 단순해요. 세입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집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거죠. 줄여서 선관의무라고도 하는데요.
곰팡이는 자연스럽게 생긴 손상이기도 하지만 관리여하에 따라 발생을 막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세입자는 선관의무에 따라 최대한 곰팡이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게 우선입니다.
하지만 세입자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곰팡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그때부터는 수리의 책임이 임대인에게 넘어가죠.
이 사례에서 또 한 가지 문제는 임대인과의 연락이 원활하지 않다는 건데요. 이런 경우 세입자가 직접 고치고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어요.
수리 비용을 월세에서 제하거나, 전세의 경우 계약 만료 후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을 통해 추가로 수리 비용을 청구하는 게 가능하다는 거죠.
민법 제626조에서는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해뒀고요.
2016년 대법원은 수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세입자가 먼저 집을 수리한 뒤 월세를 2번 내지 않은 사례를 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수리 비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록이에요. 수리가 필요한 상황에 대해 기록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 증거를 확보해야 하죠.
집주인에게 이 상황을 전달했다는 기록도 남겨두시는 게 좋습니다. 몇 번 전화를 했으나 응답을 받지 않았고, 카톡과 문자 메시지도 남겼다는 기록도 필요해요.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먼저 수리에 나서준다면 베스트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세입자가 수리에 나서야 할 텐데요.
수리 관련 영수증도 모두 버리지 말고 모아뒀다가 증빙자료로 활용하셔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럴 때 집주인에게 조치를 요구하려면 세입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먼저해야 하더라고요.
곰팡이 제거제 사용해보시고 제습기도 들여놔 보시는 걸 추천해요. 이것저것 다 했는데도 안 됐다! 이렇게 말해야 집주인이 수리에 나서주시더라고요.
2년간 살던 전셋집에서 나가려는데 이사 과정에서 장판이랑 벽지가 조금 찢어졌거든요. 집주인이 저 때문에 도배, 장판을 전부 새로 해야 하니 보증금에서 이 비용을 공제하고 돌려준다는데… 이게 맞나요? 제 책임이 있는 건 맞지만 제가 들어올 때 도배장판 새로 해준 것도 아니라 좀 억울해요.
이 사례에서 훼손된 장판과 벽지는 통상적 손모로 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입자가 원상복구의 책임 주체라고 볼 수 있어요. 따라서 수리비를 공제한 후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은 합당합니다
국토교통부의 표준임대차계약서에서도 위약금, 손해금 등을 임대보증금에서 공제 후 잔액을 반환할 수 있다고 명시해두고 있어요.
하지만 원상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임대인에게는 보증금반환의무가 있거든요.
이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요. 승소 시 소송비용은 물론 반환 지연 이자까지 받을 수 있어요.
지연이자란 금전채무 등의 이행이 지체됐을 때 채무액의 일정비율을 지연된 기간에 따라 지급하는 손해배상금의 일종인데요.
원칙적으로 연 5%가 적용되지만, 소송이 제기돼 판결문까지 받았다면 소장부본 송달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이자가 발생합니다.
이 사례에서 또 한 가지 쟁점은 임차인의 과실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수리 비용 청구예요.
특히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부터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 수리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고요.
하지만 벽지와 장판은 일부 훼손만으로도 전체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세입자의 책임 비용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따지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LH 임대주택 수선비 기준 및 원상복구 기준 일부
이럴 때 위에서 소개했던 LH의 ‘임대주택 수선비 기준 및 원상복구 기준’을 한 번 더 참고해 보면 좋은데요. 해당 기준에서는 감가상각을 고려해 남은 내구연한만큼 잔존 가치를 산정한 후 파손에 대한 임차인의 과실비율을 곱해 수선비를 도출합니다.
LH 기준에서 도배·장판의 내구연한은 10년으로 정해져 있는데요. 이를 8년간 사용했고, 수리비가 100만원이라고 가정해 LH 방식대로 부담비용을 산출해 봅시다.
〈임차인 부담비용〉
100만원 - {(8년/10년) × 100만원} = 20만원
이 공식대로라면 총 수리비에서 20%만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겠죠. (물론 집주인이 이 공식에 동의해주는 게 우선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해 볼 게 있어요. 원상복구의 의무로 인한 갈등이 빚어지는 시기가 언제죠? 이사 시기잖아요.
가뜩이나 정신없고 복잡한데 책임소재를 따져가며 보증금을 주네 마네 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1인가구인 우리는 혼자서 이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상상만으로도 멘탈이 부서지는 일이 아닐 수 없겠죠🤦 집주인과 가타부타 갈등없이, 일사천리로 매끄럽게 이사를 하려면 대비가 필요해요.
일단 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원상회복 의무에 관한 내용을 구두로 합의 후 특약으로 명문화하는 거죠.
가령,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집주인의 동의를 얻었다면 이를 계약서에 적어 넣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임차인은 도배·장판을 새로하거나 페인트칠을 할 수 있다.
벽에 못을 박아 선반을 설치할 수 있다.
화장실 바닥 타일을 덧방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조항도 있으면 좋겠죠?
임차인이 2년 이상 거주하는 경우 도배와 장판에 관하여 원상회복 의무를 지지 않는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주하기 전까지 OO에 대한 수리 및 보수를 완료한다.
10만원을 초과하는 수리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부담하며, 이하인 경우 임차인이 부담한다.
난방, 상하수도, 전기시설, 인터폰, 도어록 등 주요 설비는 임대인에게 유지·수선 의무가 있으며, 전구 등 간단한 소모품은 임차인이 부담한다.
물론 임차인이 이런 내용을 특약으로 적고 싶다고 해서 모두 적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계약 시 임대인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특약 사항을 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집에 특이사항이 있다면 미리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두는 게 좋아요. 바닥 얼룩, 붙박이장 파손, 변색된 타일, 바닥 긁힘 자국 등 아주 미세한 것도
모두 기록으로 남겨야 추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죠.
이렇게 찍은 파일은 따로 잘 보관해두는 거 잊지 마세요. 의외로 필요한 시점에 파일을 찾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구글 드라이버 등 클라우드에 따로 폴더를 만들어 업로드해 둔다면 분실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집에 문제가 생겼다면 집주인과 의논하세요. 집의 하자로 누수가 생겼는데
생활에 그리 불편하지 않아 그냥 참고 산다면 추후 원상복구의 책임이 세입자에게 넘어올 수도 있어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소하다 느껴지더라도 집주인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베스트입니다.
만약 임대인이 그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추후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집주인과 커뮤니케이션한 과정을 녹취나 문자 메시지 캡쳐화면 등으로 기록해두는 게 필요해요.
만반의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치 않는 분쟁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쟁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을 소개할게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운영하는 기관으로 분쟁 조정을 요청할 수 있어요. 온라인 신청도 물론 가능하고요. 서울,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에 지부가 있으니 방문 상담도 가능합니다.
60일 이내 조정이 종결되는데요. 사안에 따라 30일 연장도 가능해요. 조정 수수료는 1만~10만원이지만, 소액임차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면제돼요.
한국부동산원과 LH도 공동으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 중이에요. 서울, 경기, 강원, 세종, 전북, 경북 등의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고요.
임대차 분쟁을 겪고 있는 이들이라면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누구나 조정 신청이 가능합니다. 조정절차개시일로부터 60일 이내 모든 절차가 종료되며, 수수료는 1만~10만원으로 책정됩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과 마찬가지로 소액임차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수수료가 면제되고요.
서울시에 거주하는 사미라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주택임대차분쟁제도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다만 서울시 소재 임차주택이어야 하고요. 법원에 소송 또는 민사조정을 제기했거나 진행 중인 경우, 이미 다른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거나 조정신청 후 조정이 성립된 경우 등은 신청이 불가합니다.
🗯️호니의 코멘트
주택 임대차 계약 당사자 간 원상복구 의무 관련 판례는 그리 많지 않대요. 분쟁이 발생한 경우 임대인의 요구하는 대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서라는데요. 대부분 원상복구 비용이 소액인 데다 보증금을 빨리 반환 받아 다음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원상복구 의무를 핑계로 덤터기를 씌우는 일이 왕왕 일어난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임대인들이 제시하는 수리비가 모두 덤터기란 것은 아니니 오해하면 안 돼요!)
이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해결 후의 결과가 누군가의 부당한 이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돈을 내야 할 때가 가장 억울한 건데 말이에요.
오늘 레터를 통해 사미들이 훗날 일어날지도 모르는 분쟁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힘을 갖게 되길 바라요🙏 돈을 더 내고, 덜 내고를 떠나 우리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