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업계에서 ‘직함’은 단순히 업무 범위를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책임감·업계의 기대치·사회적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직함이 실제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표현이 인터랙티브하고 멀티미디어적인 디지털 경험을 만드는 사람에게 여전히 적합할까요?
“UI/UX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제품 기획부터 전체 라이프사이클까지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충분히 설명해줄까요?
그리고 갑자기 모두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자이너의 직함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업무 방식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이 생기고, 이에 맞춰 직함 또한 변하기 마련이죠.
한때 “그래픽 디자이너”와 “웹 디자이너”가 업계의 주를 이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UI/UX 디자이너”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더 많이 보이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인쇄물, 로고, 편집 디자인 등의 작업을 중심으로 불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브랜딩부터 모션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멀티미디어 분야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졌죠.
이에 따라 “비주얼 디자이너(Visual Designer)” 혹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Communication Designer)”라는 보다 포괄적인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던 디자이너들은 요즘 제품 개발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데이션부터 사용자 테스트, 런칭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프로덕트 디자이너(Product Designer)”라는 명칭을 쓰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화면 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기획과 전략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반영합니다.
웹 디자인은 이제 앱, 플랫폼, AR/VR 등 훨씬 넓은 디지털 생태계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됐습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디자이너(Digital Designer)”나 “인터랙션 디자이너(Interaction Designer)”라는 명칭이 더 적합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AI가 디자인 툴과 프로세스에 깊이 통합되면서 “AI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분야가 등장했습니다.
동시에 환경과 윤리적 가치를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성 디자이너(Sustainability Designer)”라는 직함도 보이기 시작했죠.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완전히 새로운 전문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역할과 그에 대한 사회·업계의 기대가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의 디자이너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UI 디자이너가 사용자 조사와 제품 전략을 세우고, 간단한 프런트엔드 코딩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업무 범위를 “UI/UX 디자이너” 하나로 정의하기엔 한계가 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같은 좀 더 포괄적인 직함이 선호되는 것이죠.
디자인은 이제 더 이상 다른 부서와 분리된 외딴 섬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전략, 개발, 사용자 연구 등과 긴밀하게 연결된 크로스펑셔널(cross-functional) 업무가 보편화되면서, 디자이너 직함도 이를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솔직히 말해, 직함은 개인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Product Designer)”가 “UI/UX 디자이너”보다 더 전략적이고 영향력 있어 보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이직이나 연봉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죠.
AI, AR/VR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디자이너의 업무 범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AI 디자이너”라는 직함은 데이터 과학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전문가임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직함 변화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변화된 직함이 자신의 역할을 더 정확히 표현해주고,
경력 확장에도 도움을 준다고 환영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이를 불필요하거나 혼란을 주는 요소로 보기도 합니다.
역할을 명확히 표현: 새로운 직함은 디자이너가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 범위를 보다 잘 보여줍니다.
커리어 성장: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의 직함은 더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책임을 의미해, 경력 개발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팀 간 협업 개선: “서비스 디자이너”처럼 좀 더 구체적인 직함은 다른 부서와 협업 시 업무 범위를 쉽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혼란 유발: 새 직함의 정확한 의미가 모두에게 명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시각적 요소에 집중하는지, 비즈니스 전략이나 사용자 경험에 더 치중하는지 모호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 환경에서의 소외: 대규모 조직에서 멀티디isciplinary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함에 비해, 소규모 조직이나 특정 분야에 특화된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역량이 과소평가될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트렌드를 쫓는 느낌: 실제 업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단순히 ‘직함만’ 바뀌는 경우, 이를 진정한 변화보다는 마케팅 용어나 유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신입 디자이너에게 높아진 장벽: 요구되는 스킬셋이 넓어지면서, 처음 디자인 업계에 진입하려는 이들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기가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직함의 변화는 업계의 역동적인 성격과 역할 확장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 변화가 디자이너의 성장과 팀 내 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필요 이상의 복잡성과 혼란을 일으킬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이틀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든 “프로덕트 디자이너”든, 또는 “AI 디자이너”든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과 포부, 그리고 팀과 기업이 기대하는 바를 제대로 반영하는 이름이 진정한 ‘좋은 직함’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