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플랫(Flat)과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던 한 시기에, ‘네오모피즘(Neumorphism)’이라는 독특한 스타일이 주목받았습니다.
“새로운 스큐어모피즘(New Skeuomorphism)”이라 불리기도 했던 이 디자인은 사실적인 질감과 미니멀리즘을 결합하여,
화면에 표시되는 요소가 입체적이면서도 동시에 평면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네오모피즘의 기원과 부상
네오모피즘은 2019~2020년 무렵, 주로 Dribbble과 Behance 같은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디자이너들은 반(半)플랫(semi-flat) 디자인에 살짝 식상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스큐어모피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스큐어모피즘은 애플이 iOS 7 이전까지 즐겨 사용했던 디자인 철학으로, 실제 사물을 닮은 질감이나 그림자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가죽으로 장식된 달력 앱, 빛나는 버튼 등은 스마트폰이 낯설었던 초기 사용자들이 직관적으로 UI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죠.
하지만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터치스크린 UI에 익숙해지자, 애플은 iOS 7에서 스큐어모피즘을 버리고 플랫 디자인을 채택하게 됩니다.
한편, 플랫 디자인과 그 변형 버전인 반플랫 디자인은 명료하고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시각적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네오모피즘”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 스큐어모피즘의 사실적 요소를 부드럽게 녹여내면서도 미니멀한 분위기를 유지해 보려는 시도로 탄생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표현을 강조하고, 요소가 배경과 자연스럽게 융합되거나 살짝 부풀어 오른 듯한 3D 효과를 주어 독특한 ‘감성’을 만들어냈습니다.
네오모피즘 UI, 어떻게 만들까?
네오모피즘 디자인은 주로 부드러운 그림자와 하이라이트가 관건입니다.
밝은 색상 위에 낮은 명도의 그림자와 상대적으로 하얀 하이라이트를 모두 활용해, 요소가 배경에서 살짝 떠 있거나 혹은 배경 안으로 들어간 듯한 ‘묘한 입체감’을 줍니다.
도구 예시
Figma: 도형에 두 개의 그림자를 각각 다르게 설정(하나는 어두운 색, 하나는 밝은 색)해가며, 다양한 광원 효과를 실험할 수 있습니다.
CSS: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box-shadow 값으로 부드러운 상·하 그림자를 함께 적용할 수 있습니다.
.neumorphic { background: #e0e0e0; border-radius: 10px; box-shadow: 5px 5px 10px #b8b8b8, -5px -5px 10px #ffffff; padding: 20px; }
주로 파스텔톤이나 연한 그레이스케일 배경과 잘 어울리며, 버튼이나 카드 형태의 요소를 부각하는 데 유용합니다.
네오모피즘의 몰락: 왜 대세가 되지 못했나?
분명 네오모피즘 디자인은 우아하고 미래지향적이며, 미니멀함 속에서도 독창적 분위기를 발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로 콘셉트 디자인이나 실험적 프로젝트에서만 등장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실용적 가치의 부족
시각적 미려함을 제외하면, 네오모피즘 자체가 기능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iOS나 안드로이드의 기본 컴포넌트를 그대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도 리소스가 많이 듭니다.
2. 접근성 문제
네오모피즘은 요소들이 배경과 부드럽게 융합되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대비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튼이나 입력창을 확실히 구분하기가 어려워 시각장애나 색각이상 사용자를 배려하기가 까다롭습니다.
3. 다크 모드와의 충돌
네오모피즘은 밝은 색에서 빛과 그림자의 미묘한 차이를 극대화해 나타내는 디자인입니다.
반면 다크 모드에서는 이 효과가 크게 줄어들거나, 애초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시각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시각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비용과 접근성 문제는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네오모피즘이 크게 유행하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동안, 다른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맥OS Big Sur나 윈도우 11에서 영감을 받아, 반투명 유리(frosted glass) 효과를 강조하는 디자인 스타일입니다.
요소 배경이 흐릿하게 비치면서, 생생한 색감과 부드러운 그림자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네오모피즘과 유사하게 미래적인 느낌을 주지만, 요소 식별이 좀 더 명확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예전 애플의 스큐어모피즘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킨 것으로, 고해상도 3D 이미지나 실물에 가까운 질감을 UI 요소에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특히 가상현실(VR)이나 메타버스 환경이 확산되면서,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촉각적·시각적 요소가 중시될 가능성이 큽니다.
초기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큐어모피즘으로 모바일 UI에 적응했듯이, 앞으로 등장할 몰입형 UI도 사실감과 접점이 많은 스타일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네오모피즘은 디자인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짧고도 인상적인 시도였습니다. 극도로 미니멀한 시대 흐름에 “부드러운 사실감”이라는 색다른 감각을 제안했기 때문이죠.
비록 주류로 자리 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꾸준히 탄생했고, 이는 곧 다른 디자인 스타일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미루어 보건대, 미래에는 ‘심미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하는 다양한 디자인 트렌드가 나올 것입니다.
네오모피즘과 같이 짧게 스쳐 가는 트렌드라고 해도, 결국은 디자이너와 사용자 모두에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새로운 디자인 사조가 등장하면, 그 안에서 어떤 요소가 다음 시대의 표준이 될지 지켜보는 것은 늘 흥미로운 일입니다.
디자인 트렌드는 사라지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합니다. 네오모피즘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실험적 스타일들이 속속 등장하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한 가지입니다.
“과연 이 디자인이 사용자를 얼마나 고려하고, 사용자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가?”
앞으로도 사용성과 미학을 조화롭게 버무린 디자인이 주목받을 것이며, 네오모피즘은 그 과정에서 남긴 흥미로운 실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