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창업자가 먼저 팀을 꾸리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뒤, 투자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그러나 최근 들어 VC(벤처캐피털)들이 창업 이전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창업을 설계하는 방식, 즉 배치(batch) 프로그램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모델로 대표되는 앤틀러(Antler)는 배치 프로그램의 진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인데요
오늘은 먼저 VC 배치 프로그램의 성장 배경과 구조를 살펴보고, 이어 앤틀러 모델의 특성과 글로벌 성과를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배치 프로그램이란?
VC 배치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 동안 스타트업 창업팀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일반적인 시드 투자나 엑셀러레이터보다 더 초기 단계(Pre-Team 또는 Pre-Startup)의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데요.
이들은 아직 아이디어가 명확하지 않거나 팀이 구성되지 않았을 수 있어요
주요 특징
1) 정해진 기간: 보통 3~6개월 코호트(batch) 운영
2) 공간 및 리소스 제공: 사무 공간, 기술 지원, 법률/회계 서비스 등
3) 초기 투자: MVP 단계 전후로 일정 금액의 초기 자금 지원 (약 2천만~1억 원 수준)
4) 데모데이 연계: 졸업 시 투자자 대상 발표 기회 제공
배치 프로그램 도입 현황
2017년 이후, 전 세계 VC 중 약 30% 이상이 자사 배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도입 계획 중입니다.
특히 동남아, 유럽, 중동 지역 VC들은 자국 내 창업 인프라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배치 프로그램을 활용 중인데요
미국 내에서는 Andreessen Horowitz, Sequoia Arc, Initialized Capital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보여요
앤틀러는 위의 배치 프로그램 모델을 가장 정교하게 구현한 글로벌 조직 중 하나인데요
2017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작된 앤틀러는 “모든 훌륭한 스타트업은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철학 아래,
창업자를 먼저 발굴하고 팀을 구성해 스타트업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앤틀러의 운영 구조?
1) 창업자 선발 (Founder Scouting)
아이디어나 팀이 없어도 가능
기업가 정신, 문제 해결력, 실행력 중심 평가
2) 팀 빌딩 & 아이디어 탐색 (0~2개월)
참가자 간 팀 구성
다양한 산업과 역량의 창업자 조합
3) 제품 개발 & 피칭 (3~4개월)
MVP 개발, 시장 검증
투자위원회 앞 피칭
4) 투자 및 글로벌 연결
초기 투자 ($100K~$150K)
후속 투자자 네트워크와 연결
앤틀러의 글로벌 성과
1) 운영 도시: 뉴욕, 런던, 베를린, 싱가포르, 서울 등 전 세계 30개 도시
2) 누적 창업자 수: 8,000명 이상
3) 창업된 스타트업 수: 1,000개 이상
4) 시리즈 A 이상 투자 유치 비율: 약 30%
5) 대표 포트폴리오: Reebelo(리퍼브 마켓), Sleek(법인설립 SaaS), Cognicept(로보틱스)
특히, 앤틀러는 다양한 산업군의 창업자를 선발해 기술뿐 아니라 교육, 의료, 기후 등 사회적 임팩트 분야로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앤틀러의 포트폴리오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와 같은 '엑싯(exit)' 사례는 제한적입니다.
이는 앤틀러가 주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러한 기업들이 성숙하여 엑싯을 달성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앤틀러는 최근 2억 8,5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하고 있어,
향후 더 많은 엑싯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반적으로, 앤틀러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며,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후속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앤틀러(Antler)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예비 창업자들을 선발한 뒤 팀을 구성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투자까지 연계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항상 효과적이거나 이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몇 가지 측면에서는 치명적인 한계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짧은 시간 내 팀 구성의 부작용
앤틀러는 지원자들을 수십 명 모아 놓고, 불과 몇 주 안에 팀을 구성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속도 중심의 운영 방식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창업의 핵심인 ‘팀워크’와 ‘신뢰 형성’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상호 이해와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초기에는 잘 굴러가더라도 장기적인 갈등과 해체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디어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의 맹점
앤틀러는 아이디어보다 '사람'을 우선시한다고 홍보하지만, 이로 인해 실제로는 충분한 시장 검증이나 기술적 기반 없이 사업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아이디어의 깊이나 혁신성보다는 '잘 말하는 사람'이나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투자 유치에는 성공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초기 투자와 지분 구조의 불균형
앤틀러는 팀이 결성되어 데모데이를 통과하면 일정 금액(예: $100,000 수준)의 초기 투자와 함께 약 10%의 지분을 요구한다.
이는 초기 단계에서 매우 매력적인 조건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창업자가 향후 투자 라운드에서 희석되는 지분 구조의 시작점이 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초기 투자 금액이 창업자가 기대하는 실제 개발 및 마케팅 비용에 비해 부족한 경우도 많아,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모든 창업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구조
앤틀러는 구조적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올스타형 인재’들을 선호하며, 개인 역량이 극단적으로 강조된다.
이로 인해 내성적인 성격이거나 특정 분야의 기술 전문가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하거나 장기 연구가 필요한 딥테크 분야의 스타트업은 앤틀러 모델의 빠른 전개 방식과 잘 맞지 않아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
성과 중심의 단기 평가 문화
앤틀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과를 요구하며, 데모데이나 중간 평가에서 기준에 못 미치면 탈락하는 구조다.
이러한 단기 평가 방식은 실험과 실패를 기반으로 성장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보여주기식 MVP나 발표 자료에 집착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