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30대의 경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30대에 경력이 망가지면, 40대, 50대가 보이지 않아’
그래서 다들 첫 시작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시작하려고 하는것 같다.
사실 회사 규모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배울수 있는 시스템과 사람이 존재하느냐의 이슈라고 보인다.
큰 시스템이나, 프로세스가 없는 중소기업을 가느니,
대기업의 프로세스를 만들거나, 그 조직에서 배운 사람들이 만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게 더 낫을 수도 있다.
첫 커리어 시작은, 당신을 케어해줄 사람이 있는 조직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규약은 큰 의미가 없다. 그냥 부딪히면 되니까!
맘대로 해봐라거나, 아무런 가이드 없이 던져놓고 창의성을 요구하는 조직은
사실 성장에 있어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곳에 배우는 것은 그냥 잡일을 많이 했다는 자존심 아닌 자존심이랄까나
그래서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대학생들끼리 하는것보다는 조금더 경험이 있는 분들과 하는것이 더 낫다는게 결론이긴 한다.
나는 대학생때에도 창업을 했지만,
이제 돌아보면 역시나 잡일에 대한 노하우나 자존심만 엄청 늘어났다.
내가 아는건 정말 너무 피상적이고 구체적이지도 않고, 레퍼런스도 없었고 무엇보다 나를 케어해줄 사람이 없었다.
나는 혼자서 고군분투를 했으며, 그게 당연한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건 사실 동일한 레벨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회사가 성장을 했다면, 나도 같이 성장을 했겠지만, 불운하게도 그 회사는 성장하지 못하고 고꾸라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고용하고자 원했던 사람은,
그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좋아했으나,
그 또한 맘대로 시켜놓고, 창의성을 요구하려고 했던것 같다.
아니면 잡일 한더미를 던져놓으려는 생각이었거나.
나는 큰 기업에 운 좋게 입사하게 되었다.
큰 기업을 가면, 확실히 나를 케어해주는 사람이 많다. 시스템도 그렇고, 프로세스도 그렇고,
일하는 방식과 로직이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진 않다.
어차피 업무는 어느정도 논리성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논리성과 기회비용의 싸움 혹은 의지력의 차이로 , 업무는 진행이 된다.
그러나 레퍼런스가 쌓여가는 큰 장점은 이전 조직이 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미 해당 조직에서 진행했던 기록들을 내 레퍼런스화하고,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는 방식들이 내 레퍼런스가 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퍼런스의 취득이외에
정말 성장했었던 것은 큰 시스템과 프로세스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온전히 책임진 때였던 것 같다.
그 회사를 이직 한 후, 5년이 지난 지금에도 나는 그 경험 기반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자면 그 경험을 가지고 먹고 살고 있는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은 10년차 선배들이 할 수 있는 것을 , 5~6년차 정도에 흉내내면서 완료하면 성장할 수 있다.
왜 흉내내는 거냐고?! , 그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사실 긴가민가 하기 때문이다.
그 프로젝트를 제대로 했는지는, 한 1~2년 정도 지나면 제대로 이해가 된다.
그만큼 , 어려워야 하고, 몰라야 하고 , 도전적이어야 한다.
‘네가 한번 맡아보는 게 어때?’라는 말 한마디
나는 개발을 잘 모른다.
코드를 짤 줄도 모르고,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
그저 다른 부서와의 협업에서 의사소통이 빠르다, 아니면 리소스가 남는다는 이유로 IT 프로젝트의 PM 역할을 맡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 사람'이 필요했고, 조직은 나에게 그 일을 맡겼다.
“네가 한번 맡아보는 게 어때?”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 간단했던 그 한마디가, 내 인생에서 가장 험난했던 여정의 시작이었다.
나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어떤 순서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회의에서는 기술 용어들이 오가는데, 나는 그것들을 받아적기 바빴고, 회의가 끝나면 인터넷에 검색하며 이해하려 애썼다.
몰라서 물어봤고, 물어보는 것도 힘들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다.
백엔드와 프론트엔드의 차이가 뭔지, API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조차 생소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헷갈리면 일정이 밀렸고, 내가 모르면 다른 팀도 우왕좌왕했다.
결국 나는 결심했다. 모르면 물어보자. 그리고 그 결심 이후, 나는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주변을 귀찮게 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선배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 "이게 무슨 말인지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고,
디자이너에게는 기능 흐름을 도식화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날은 개발자가 써놓은 기술 문서를 번역하듯 풀어내며 하나하나 정리했다.
수많은 아웃소싱, 프리랜서분들이 갑의 요구에 친절하게 화답을 해줬다.
처음엔 눈치를 보았고, 내 무지가 민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몇몇 팀원들은 그런 나를 이해해주었고, 성실히 알려주었다.
덕분에 점점 IT라는 영역이 내 머릿속에서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매주 반복된 스트레스, 주말도 없었던 몇 달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만이 아니었다. 외주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일정 관리, 예산 조율, 내부 보고까지 모두 내 책임이었다.
개발 일정이 지연되면 원인을 파악해 경영진에게 설명해야 했고, 외주사의 산출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시 조율에 들어가야 했다.
주중에는 회의와 조율로 정신이 없었고, 주말에도 일정관리를 해야한다.
그리고 나 혼자서 공부도 하고, 실제로 코딩도 해봐야 한다. 그래야 이해가 가니까.
특히 프로젝트 중반부에 속도가 나지 않았을 때 '이게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조급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고, 반드시 완수하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내 성장의 증명이 되어 있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달라져 있었다
몇 개월의 여정을 지나, 전체 프로젝트에 맞춰서 문제 없이 오픈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고, 작은 버그나 개선 사항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물론 기회를 줘서 고맙긴 하지만, 나는 불만이 더 많기도 했었다.
“여전히 과장이 할일을 왜 나같은 사원 나부랭이에게 주는거야 나니까 이렇게까지 하지, 다른사람이었으면 퇴사했을 거야 “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제 나는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구조를 설명할 수 있었고, 아키텍쳐를 안다고 말할 수 있고
서버의 스펙과 네트워크 장비에 대하여 알고 있으며, 통신 방식과 규약에 대해 알게 되었다.
또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자체에 대한 이해도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초기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구사항이 얼마나 명확해야 하는지, 중간 리스크가 어떻게 프로젝트 전체를 흔드는지를 몸으로 배웠다.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프로젝트는 ‘온전히 내 책임’이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그 회사가 나를 일부러 키워준건 아닌것 같다. 그냥 사람이 없어서 배정한것 같긴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못했고, 기다릴 수 없었고, 계속 배워야만 했기 때문이다.
모든 질문은 나에게로 향했고, 모든 문제는 내가 풀어야 했다.
내가 몰랐기 때문에 더 많이 물어야 했고,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성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진짜 실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단순히 기술을 아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결론: 몰랐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IT 전문가도 아니었고, 프로젝트 PM 전문가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기에, 더 겸손하게 질문했고, 더 집요하게 배웠으며, 더 진지하게 책임졌다.
그때는 매주 스트레스를 받았고, 주말마다 일했고, 스스로를 의심했던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 나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복잡하게만 느끼지 않는다.
한 번 끝까지 해봤다는 경험이 나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주었고, 다음 기회에서 나는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 프로젝트는 나에게 너무 큰 도전이었지만, 그만큼 너무 큰 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