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누군가가 나의 서비스를 퍼다 날라주기를 원한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내 서비스가 성공, 성장하기를 원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어떻게 하면 공유하기 버튼을 쉽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초대를 하면 어떤 이득을 줄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거 진짜 너도 써봐야 해.”
친구가 보낸 서비스 링크 하나.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클릭하게 만든다.
그냥 좋다는 말 한마디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말에는 정보 이상의 무언가가 들어 있다.
그건 바로 감탄의 공유 욕구다.
우리는 종종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마치 전략만 잘 세우면, 초대 코드만 잘 심어두면 사용자가 알아서 서비스를 확산시켜줄 거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초대 기반 구조를 설계하며 이렇게 말한다.
“폐쇄 베타로 하면 희소성 때문에 바이럴 될 거예요.”
“친구 초대하면 리워드 주는 구조니까 알아서 퍼질 겁니다.”
많은 창업자와 기획자들이 ‘입소문 마케팅’을 전략처럼 이야기한다.
초대 기반이면 희소성 때문에 유저가 몰릴 것이다.
리워드 기반 추천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알아서 확산시켜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입소문이 ‘전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착각이다.
이 전략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초대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초대하고 싶게 만드는 감정’이다.
즉, 감탄이다.
요즘은 초대 기반으로 시작하는 서비스가 정말 많다.
신생 커뮤니티 앱은 대부분 ‘초대 코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AI 툴이나 실험적 기능이 있는 앱은 “현재 베타 운영 중이며, 초대를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B2B SaaS 제품조차 일부는 “조기 액세스”라는 이름으로 초대 기반 접근을 허용한다.
- 폐쇄 커뮤니티형: 코쿤, 링크드인 전용 그룹, 토픽 기반 대화방
- 베타 서비스형: Midjourney, Notion AI, Runway 등 신기술 중심 툴
- 희소성 유도형: Clubhouse, BeReal, Airchat 등
- 리워드 유도형: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추천 이벤트, 토스 친구 초대
이런 방식은 당연히 주목을 끌기 좋다. 마치 ‘나만 아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비밀스러운 공간에 먼저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걸 잘 활용한 대표적 예가 바로 클럽하우스(Clubhouse)였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클럽하우스가 입소문을 탔던 진짜 이유는 초대 기반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처음 사용해본 사람들이 느낀 감탄 때문이었다.
“실시간으로 유명 인사랑 대화가 된다고?”
“연예인과 VC가 같은 방에서 얘기하는 걸 듣는 게 가능해?”
이런 감탄이 초대를 유도했다.
초대는 도구일 뿐이고, 감탄이 본질이었다.
초대 기반 구조는 바이럴을 쉽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감탄이 없는 상태에서 바이럴이 발생하면,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결말을 맞이한다.
- 사람은 들어오지만, 남지 않는다.
- 설치는 되지만, 사용이 이어지지 않는다.
- ‘한 번 써본’ 사용자들이 ‘그만 쓰게 되는’ 전환이 발생한다.
이건 마치 이벤트로 사람을 불러 모아도, 실제 음식 맛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 식당과 같다.
즉, 바이럴 구조는 마케팅의 레버리지이지, 제품 자체의 매력(감탄)을 대체할 수 없다.
설치는 많지만, DAU(일일활성이 낮다)
사용은 있지만, NPS(추천지수)가 낮다
추천은 있었지만, 추천자의 진심이 없다
예를 들어보자.
- 리워드 기반 초대 시스템은 보상이 사라지면 확산이 멈춘다.
- 희소성 기반 초대는 호기심이 해소되면 이탈이 시작된다.
- 커뮤니티 초대는 진짜 대화할 이유나 매력이 없으면 금방 식는다.
결국 살아남는 서비스는 감탄을 주는 경험이 있는 서비스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 감탄하는가? 그리고 그 감탄은 왜 확산되는가?
1. ‘예상보다 훨씬 좋았을 때’ 감탄이 일어난다
우리는 어떤 서비스가 “기대보다 훨씬 편리하거나, 똑똑하거나, 아름다울 때” 감탄한다.
즉, 기대-경험의 간극이 클수록 감탄도 커진다.
ChatGPT를 처음 써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이 그냥 챗봇이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자신의 질문을 이해하고 완성도 있는 답변을 내놓는 AI에 감탄했다.
Toss가 처음 나왔을 때, 복잡했던 송금 프로세스를 단 몇 초 만에 끝내는 경험이 “이건 뭐야?”라는 감탄을 이끌어냈다.
이 감탄은 너무 강해서, 사람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2. 감탄은 개인적인 감정이지만, 확산은 사회적 맥락이다
사람들은 감탄한 것을 타인에게 ‘자랑’하거나, ‘공유’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단순히 아무나가 아니다.
-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
- 나보다 조금 더 늦게 트렌드를 따라오는 후배
-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지인
즉, 감탄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추천은 상황적이고 사회적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입소문을 단순히 ‘퍼지는 것’으로만 보면 안 된다.
입소문은 감탄이 '맥락을 타고' 확산되는 과정이다.
3. 감탄은 연속될 수 있다
사용자의 감탄을 한 번 만들고 나면, 그 감탄은 다음 감탄을 유도한다.
이것이 플로우 설계(Flow design)가 중요한 이유다.
첫 감탄 → 기대 → 반복 사용 → 습관화
감탄 + 기대 → 자발적 추천 → 추천받은 사용자의 감탄 → 확산
단순히 초대 코드를 나눠주는 구조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노코드 툴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진심으로 초대하고 싶은 서비스는 별로 없다.
그 차이는 다음의 세 가지에서 나온다:
1. 제품의 첫 경험이 감탄을 유도하는가?
튜토리얼, 첫 화면, 첫 결과물에서 사용자는 ‘와!’ 할 포인트를 느껴야 한다.
2. 감탄한 순간을 쉽게 ‘보여줄 수’ 있는가?
링크 공유, 스크린샷, 짧은 동영상, 자동화된 샘플 결과 등 추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3. 추천할 이유를 유저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하는가?
“이건 너한테 필요해”라고 말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 콘텐츠, 문제 해결 구조가 있는가?
예를 들어 Midjourney는 사용자가 생성한 AI 아트 결과물이 그 자체로 감탄을 유도하고, 쉽게 공유 가능하며, 다른 사람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다.
그래서 초대 기반이지만 자발적 확산이 일어났다.
결국 모든 입소문 마케팅의 본질은 감탄이다.
초대 기반 시스템도, 추천 리워드도, 바이럴 영상도 감탄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무의미하다.
감탄은 전략이 아니라 진심에서 나온다.
감탄은 구조가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다.
감탄은 요청이 아니라 자발적 확산을 만든다.
따라서 어떤 서비스든 초대 기반으로 시작하더라도,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거다.
“우리가 만든 이 첫 경험은, 누군가에게 감탄을 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자신 있게 "Yes"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입소문은 전략이 아니라 결과로 따라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