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시작하면 누구나 멋진 제품을 상상한다.
머릿속엔 정교한 UX, 탄탄한 기능, 감동적인 온보딩 흐름이 펼쳐진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처음 시장에 내놓는 MVP는 그 모든 상상과 거리가 멀다.
버튼은 제자리에 있지 않고, 기능은 중간에 멈추며, 설명은 부족하고, 사용자는 어리둥절하다.
창업자가 보기엔 “이 정도면 알아보겠지” 싶은 MVP지만, 유저가 보기엔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는” 상태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게 정상이다.
우리는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너무 많이 본다.
Airbnb, Dropbox, Facebook.
“그들도 처음엔 허접한 MVP로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들의 '첫 MVP'가 성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 Airbnb는 처음에 몇 달간 예약 0건이었다.
- Dropbox는 제품도 없이 '개념 영상' 하나로 반응을 봤다.
- Facebook은 단일 캠퍼스에서만 썼고, UI도 지금 보면 민망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성공한 후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MVP도 완성도 높았나 보다”라고 착각한다.
MVP가 성공했다는 말은 대개 ‘결국 성공한 사람들의 과거 행적 중 하나’일 뿐이다.
즉, 결과론적 서사다.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MVP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속는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써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초기 피드백이 좋으면 바로 붙잡히겠지’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MVP는 무시당한다.
초기 유저는 ‘기회’가 아니라 ‘비판자’에 가깝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정면으로 돌파한 팀만이 다음 단계를 밟는다.
그래서 우리가 배워야 할 건…
MVP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MVP의 ‘실패 과정’이다.
유저가 불만을 터뜨리고, 무관심을 보이고, 떠나가는 그 순간에 우리는 다음 기회를 위한 진짜 데이터를 얻는다.
많은 창업자들이 MVP를 소위 ‘미완성 제품’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진짜 의미에서 MVP는 제품이 아니라 실험 도구다.
우리가 시장에 MVP를 던지는 이유는, 그게 정답이라서가 아니라, 정답인지를 묻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MVP에 불만이 쏟아지거나, 아무 반응이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건 오히려 우리가 가설을 실험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때 가장 위험한 것은 피드백이 없는 상태다.
칭찬도 비판도 없고, 그저 ‘무관심’만 가득한 MVP는 존재 자체가 의심받는다.
- 그냥 남한테 관심이 없으니까요.
초기 유저는 대체로 바쁘다.
신기한 신제품보다 더 시급한 일이 수두룩하다.
우리가 내놓은 MVP는 우리의 전부일지 몰라도, 유저 입장에서는 수많은 링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심지어 클릭해주거나, 계정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의적인 반응일 수 있다.
- 제품이 아닌 가설을 봤기 때문이다
MVP는 시장의 니즈에 대한 '추측'으로 만들어졌다.
그 추측이 틀렸다면 유저는 당연히 혼란스러워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때의 반응은 “이게 뭐야?”, “굳이 이걸 왜 써야 해?”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정확한 ‘신호’다.
- 만족이라는 기준 자체가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
우리가 만드는 건 마감이 덜 된 구조물이고, 실사용 테스트용 프로토타입이다.
‘불편하다’, ‘안 쓰게 된다’, ‘어디까지가 기능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MVP가 끝난 뒤, 중요한 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단순하다.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인 유저에게 직접 연락하라.
1단계: 데이터를 통해 반응 유저 식별하기
- 가입했지만 하루 이상 쓰지 않은 유저
- 기능 하나만 클릭한 유저
- 질문 페이지에 오래 머문 유저
- 유입은 있었지만 이탈한 지점이 뚜렷한 유저
이런 사람들은 ‘완전한 무관심’은 아니다.
그들에게 ‘왜 이탈했는지’, ‘기대한 것과 무엇이 달랐는지’를 묻는 것이 핵심이다.
2단계: 직접 연락하기 — 전화 > 이메일 > DM
- 연락 방식은 다음 순위를 따른다:
전화 > 이메일 > DM
전화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응답률과 피드백 밀도가 가장 높다.
이메일은 차선이고, DM은 가장 낮다.
접근 방식은 다음과 같다:
“OO님, 저희가 이런 MVP를 만들어봤는데 실제 사용자의 의견이 정말 중요합니다. 5~10분 정도 통화 가능하신가요? 어디가 불편했는지만 간단히 여쭤보려고요.”
혹은,
“가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거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걸리셨는지 한마디라도 들려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3단계: 불만을 '데이터'로 삼아라
‘잘 모르겠어요’는 애매하다. 하지만 ‘이건 별로였어요’는 구체적이다.
“UX가 너무 복잡했어요.”
“처음에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비슷한 기능이 이미 있어서 굳이 이걸 쓸 이유가 없었어요.”
이런 피드백은 가설을 수정할 강력한 근거가 된다.
오히려 욕을 얻어먹는 것이 다음 단계로 가기엔 훨씬 더 좋은 시그널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폭발적 확장’이 아니라 ‘밀도 있는 대화’가 중요하다.
당신의 제품에 단 3명이라도 진심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유저가 있다면, 그 3명이 향후 300명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실행 가능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전략 1: 유저 인터뷰 자동화
가입 후 3일 동안 미사용 시 이메일 발송
클릭 한 번으로 구글폼 설문 이동
설문에 응답하면 5천 원 상당 커피 쿠폰 제공
전략 2: 적극적인 1:1 피드백 유도
피드백 응답자 중 1명을 MVP 기능 개선 미팅에 초대
내부 노션에 유저 피드백 모음집 정리
피드백을 기반으로 다음 릴리즈 노트에 유저 닉네임 언급
전략 3: ‘실패한 기능’ 회고 콘텐츠화
사용되지 않은 기능에 대해 회고 글 작성
왜 넣었고, 왜 안 먹혔고, 무엇을 배웠는지
이 글을 통해 공감한 창업자들과 연결 가능성 확보
MVP는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유저에게 거절당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 거절 속에서,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어떤 가정을 잘못 세웠는지 명확해진다.
가끔은 한 문장의 피드백이 다음 6개월의 방향성을 바꾼다.
그러니 유저가 MVP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자.
오히려 그건 우리가 실험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다.
유저가 MVP에 만족할 확률은 0%다.
하지만, 단 한 명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당신의 다음 제품을 100배 더 정교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