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관리자(Project Manager, 이하 PM)는 프로젝트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합니다.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업해 제품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많은 초보 PM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PM은 개발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도,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도, 가장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PM의 본질은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결정은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다시 말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우선순위 결정 능력은 단순한 업무 스킬이 아닙니다.
이는 전략적 사고, 데이터 기반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융합된 복합적이고 핵심적인 역량입니다.
제품을 만들면서 수많은 선택지 앞에 놓이는 PM에게, 이 능력이 없다면 제품은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게 됩니다.
한정된 리소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PM이 항상 마주치는 냉혹한 현실은 리소스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시간도, 예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없고, 모든 기능을 동시에 개발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선택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이 질문에 명확한 기준과 자신감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품은 사방으로 산만하게 확장되고, 팀은 끝없는 수정과 긴급 대응으로 지쳐 나갑니다.
선택이 곧 전략이다
제품의 방향성과 전략은 결국 무엇에 리소스를 집중하는가로 드러납니다.
어떤 기능을 먼저 배포하느냐, 어떤 시장을 먼저 공략하느냐, 어떤 문제는 지금 해결하지 않기로 결정하느냐.
이 모든 것이 제품의 정체성을 만들고 브랜드의 메시지를 결정합니다.
즉, PM이 어떤 우선순위를 정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운명이 갈리는 것입니다.
사용자 가치
우선순위의 가장 큰 기준은 당연히 사용자에게 얼마나 큰 가치를 줄 수 있는가입니다.
단순히 기능이 크고 복잡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기능이 사용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로그인 방식 개선이 새로운 기능 개발보다 더 큰 사용자 만족도를 가져온다면, 그것이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져야 합니다.
비즈니스 임팩트
모든 제품은 비즈니스적 목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익, 전환율, 사용자 유지율 등 비즈니스 KPI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때때로 사용자 요청이 많더라도, 비즈니스적 가치가 낮다면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습니다.
실행 가능성 (Feasibility)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팀이 현재 그것을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적인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적 난이도, 필요한 리소스, 시간 등을 고려하여 현 시점에서 가장 실현 가능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긴급성
기술적 부채, 치명적인 버그, 정책 변경 등의 이슈는 빠른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사용자 가치나 비즈니스 임팩트보다 시간의 민감도가 우선순위 결정의 핵심이 됩니다.
우선순위 결정의 중요성은 누구나 이해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정보는 늘 불완전하다
PM이 내리는 결정은 대개 완벽한 정보가 없을 때 이루어집니다.
데이터는 제한적이고, 사용자 피드백은 편향되어 있으며, 시장 상황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완전한 정보 위에서 내리는 결정은 쉬우나, 불확실성을 안고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PM의 현실입니다.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충돌한다
개발팀은 기술적인 난이도와 효율을 기준으로, 디자인팀은 사용자 경험을, 마케팅은 시장 반응을, 영업은 고객 요청을 우선합니다. 이 모든 요청은 때때로 상충합니다.
PM은 이들 사이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을 설득해야 하는 책임까지 집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정답이 없는 싸움이 됩니다.
장기 가치 vs. 단기 성과의 갈등
기술적 부채를 해결하거나 UX를 개선하는 일은 장기적인 가치에는 도움이 되지만, 당장의 성과에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마케팅 이벤트용 기능은 단기 수치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PM은 이 딜레마 속에서 지금 무엇에 투자해야 진짜 성과로 돌아오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감정이 개입된다
우선순위는 사람의 열정, 자존심, 평가와 연결됩니다. 팀원이 몇 달간 준비한 아이디어를 보류하거나, 높은 직급자의 제안을 거절해야 할 때, 감정적인 부담이 생깁니다.
이 감정적 마찰을 감내하고, 여전히 ‘더 나은 선택’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하지 않겠다’는 결정의 무게
어떤 일을 ‘나중에 하겠다’는 말은 실은 지금 하지 않겠다는 것, 때로는 영원히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 결정은 기회를 놓친다는 두려움, 비난의 가능성, 미래의 불확실성을 동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지 않음’을 선택해야 하는 냉철한 용기와 전략적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우선순위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기술적 판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진짜 어려운 점은 ‘사람’과 ‘감정’을 넘어 결정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내면의 힘, 즉 의지력입니다.
인기 없는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때로는 팀의 열정이 쏟아진 기능을 보류해야 하고, 고객의 강력한 요구를 무시해야 하며, 경영진의 방향성과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PM은 모든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독단적인 용기’입니다.
이것은 고집과는 다릅니다. 팀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한 끝에 내려진 책임 있는 결단입니다.
누군가는 이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사람이 바로 PM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필요하다
수많은 피드백, 회의, 의견 속에서 PM이 자신의 판단을 계속 바꾸다 보면 제품은 중심을 잃습니다.
결정한 방향을 끝까지 책임지고 밀고 가는 자세가 없다면, PM은 그저 회의록 정리자나 일정 조정자에 불과하게 됩니다.
우선순위는 정해진 후가 더 어렵습니다. 그 결정에 반발이 있을 때, 불확실성이 클 때, 포기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가는 힘,
바로 의지력이 PM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리더십의 핵심은 결단이다
PM은 명시적 리더는 아닐지라도, 조직 내 가장 많은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리더십은 다수의 의견을 듣는 것만이 아닙니다.
모두의 의견을 들은 후, ‘지금은 이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할 수 있는 자질, 그리고 그 말에 책임을 지는 자세입니다.
의사결정은 리스크를 동반하고, 그 리스크를 감당할 심리적 강인함과 책임의식이 없으면, 어떤 프레임워크를 써도 우선순위 결정은 무력해집니다.
PM은 매일 결정의 연속 속에 살아갑니다. 수많은 의견, 요청, 데이터 속에서 방향을 잡고, 리소스를 집중시키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 모든 결정의 핵심은 결국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입니다.
우선순위 결정 능력은 PM의 나침반입니다.
이 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PM은 팀을 이끌 수 있고, 제품은 의미 있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PM으로서 성장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갈고닦아야 할 것은 바로 이 능력입니다. 기술보다, 말솜씨보다, 경력보다 중요한 것.
바로 우선순위 판단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