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UI 디자인은 늘 시대를 선도해왔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
2013년 iOS 7에서의 플랫디자인(Flat Design), 그리고 2025년 WWDC에서 새롭게 등장한 Liquid Glass.
디자인 언어는 언제 바뀔까? 정답은 간단하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이다.
그리고 지금, 애플은 AI와 공간 컴퓨팅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점에서 디자인을 다시 만들고 있다.
애플의 ‘Liquid Glass’ 디자인 언어가 왜 등장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함께 살펴보려 한다.
WWDC 2025에서 애플은 새로운 디자인 시스템을 발표했다. 그 이름은 Liquid Glass.
말 그대로 ‘유리처럼 투명하고 유동적인 인터페이스’다.
https://developer.apple.com/videos/play/wwdc2025/219/
핵심 키워드
- 투명성 (Transparency)
- 반사 & 굴절 (Refraction & Reflection)
- 동적 반응성 (Dynamic Responsiveness)
- 맥락 기반 변화 (Contextual UI)
이 디자인은 단지 보기 좋게 꾸미는 수준이 아니다.
사용자의 위치, 움직임, 배경 색상, 기기 간 연속성까지 고려한 '반응형 UX'의 총체다.
Liquid Glass는 기존의 ‘레이어 기반 디자인’을 넘어, 공간적 감각을 반영하는 UI로 진화했다.
애플은 이번 디자인 언어를 전 제품군에 동시에 적용하는 전례 없는 시도를 했다.
단순히 일관성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통합 생태계 경험을 위한 큰 그림이다.
iOS 26 & iPadOS 26
잠금화면과 홈화면 위젯들이 투명한 유리처럼 동작
알림, 제어 센터, 설정 창 등이 동적으로 배경에 반응
카메라, 메시지 등 기본 앱의 UI도 완전 재설계
macOS Tahoe
사이드바, 도크, 메뉴, 위젯 등 모든 창에 Liquid Glass 적용
SwiftUI 등 개발자용 API도 제공
창 사이의 계층감이 더욱 명확하게 표현됨
watchOS 26
작은 화면에서도 투명도와 움직임이 강조
워치페이스가 배경과 상호작용하며 “살아 움직이는” 느낌
tvOS & visionOS
Apple TV의 콘텐츠 선택 UI가 ‘빛’과 ‘투명’의 조화를 표현
Vision Pro에서는 주변 환경에 따라 인터페이스 색이 변화하며 몰입감 극대화
배경 1. AI와 공간 컴퓨팅의 부상
애플은 WWDC에서 Apple Intelligence도 함께 발표했다.
AI가 개인화된 추천을 제시하고, 비서를 넘는 비주얼 내비게이션 가이드로 발전하는 지금, 단순한 '버튼-화면' UI는 부족하다.
사용자의 상황과 공간, 맥락을 반영한 유동적 디자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배경 2. 디자인 통일성 + 모듈화 전략
이제는 모바일-데스크탑-TV-헤드셋 간 전환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Liquid Glass는 그 자체로 ‘디자인의 다리’ 역할을 한다.
각 플랫폼의 해상도와 제스처는 다르지만, 시각 언어는 하나로 통일된다.
배경 3. 기술적 성숙
최근 Apple Silicon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며, GPU 기반 애니메이션, 실시간 UI 렌더링이 충분히 가능해졌다.
즉, 디자인이 기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Liquid Glass는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지만, 초기 반응에는 일부 우려도 존재한다.
장점
- 사용자 행동에 즉각 반응하는 동적 UI
- 일관된 시각 언어로 사용자 학습 최소화
- 새로운 하드웨어(Apple Vision Pro 등)와의 시너지
단점
- 과도한 반사 효과로 인해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음
- 다크모드, 고대비 사용자에게 비직관적일 수 있음
- 일부 디자이너는 “Windows Vista Aero의 재현”이라고 비꼼
애플은 디자인 그 자체보다 ‘목적 있는 미학’을 중시하는 브랜드다.
이번에도 화려한 외형보다, 사용자 경험의 질을 최우선에 두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애플은 Liquid Glass를 단순히 UI 계층에만 적용한 게 아니다.
SwiftUI 프레임워크 자체에 새로운 구성 요소를 대거 도입했다.
.glassBackground(),dynamicBlur()
같은 새로운 Modifier
macOS에서는 메뉴 안에서도 서브 계층 투명도 조절 가능
ARKit 및 RealityKit과의 호환성 강화로, 공간 기반 인터페이스 개발 지원
디자인 시스템이 개발에까지 깊게 반영된다는 것은, 애플이 “디자인은 코딩이자, 제품 그 자체”라고 본다는 의미다.
기술은 언제나 복잡해진다. 그리고 그 기술이 사용자의 삶과 맞닿을수록, 그 위를 덮는 디자인은 단순하고 투명해야 한다.
Liquid Glass는 단지 예쁜 효과가 아니다.
AI와 공간 컴퓨팅, 그리고 애플 생태계를 관통하는 ‘투명한 사용자 경험’의 선언이다.
이제 우리는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흘러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