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없어서 추천을 못 하고, 추천이 안 되니 데이터가 안 쌓이는"
악순환 넷플릭스·우버도 겪었던 '닭과 달걀'의 문제. AI 기술로 해결책 진화 중
"새로 받은 앱을 켰는데 추천 목록이 텅 비어있거나 엉뚱한 것만 보여준다면? 사용자는 3초 만에 앱을 삭제합니다."
IT 업계에서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시점이 있다. 바로 서비스 초기,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른바 '콜드 스타트(Cold Start)' 구간이다. 차가운 엔진이 시동이 잘 걸리지 않듯, 신규 플랫폼이 궤도에 오르기 전 겪는 이 딜레마는 스타트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가장 흔한 유형은 '유저 콜드 스타트(User Cold Start)'다. 신규 회원이 가입했을 때, 시스템은 이 사람의 취향이나 구매 이력이 전무하기 때문에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모르는 '멍한 상태'에 빠진다.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 서비스들이 가입 직후 "좋아하는 영화 3개를 고르세요"라며 집요하게 온보딩 설문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용자를 귀찮게 해서라도 최소한의 데이터를 강제로 확보하려는 생존 전략이다. 데이터가 없을 때 가장 안전한 선택은 '대세'를 따르는 것이다. 많은 플랫폼이 초기 유저에게 '실시간 인기 Top 10'을 노출하거나, "비 오는 날엔 파전"처럼 환경(Context) 데이터를 활용해 취향을 추측하는 방식으로 이탈을 막는다.

반대로 상품의 입장에서 발생하는 '아이템 콜드 스타트(Item Cold Start)'도 심각한 문제다. 쇼핑몰에 신상품이 등록되었지만, 클릭이나 구매 데이터가 없어 추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구석에 묻혀버리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 기술을 도입했다. 구매 데이터 대신 상품의 속성(메타 데이터)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신상품은 아직 아무도 안 샀지만 '나이키', '러닝화', '검은색'이다"라는 정보를 분석해, 기존에 나이키를 좋아하던 유저에게 노출시킨다. 또한 UI적으로 'New' 탭을 신설해 알고리즘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고 강제로 트래픽을 몰아주는 방식도 흔히 사용된다.

비즈니스 전체를 위협하는 가장 거대한 장벽은 '시스템 콜드 스타트(System Cold Start)'다. 배달 앱 초기 런칭 시 "식당이 없어서 유저가 안 오고, 유저가 없어서 식당이 입점을 안 하는" 총체적 난국을 의미한다.
성공한 유니콘 기업들은 이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돌파했다. 우버(Uber)는 초기 기사들에게 손님이 없어도 시급을 지급하며 강제로 공급망을 유지했다. '공급자 우선 전략(Seeding Supply)'이다. 거대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창업자들은 초기에 수백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직접 글을 쓰고 댓글을 달아 커뮤니티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페이크 잇(Fake it till you make it)' 전략을 썼다.
아마존이 처음엔 책만 팔았고 페이스북이 하버드생만 가입받았듯, 타겟을 극도로 좁혀 데이터의 밀도를 높이는 '니치 마켓(Niche Market)' 공략 또한 정석적인 해법으로 통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콜드 스타트 문제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과거에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제로 샷 러닝(Zero-shot Learning)' 기술을 통해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용자가 서비스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사라졌다"며, "결국 콜드 스타트 구간을 누가 더 빠르고 매끄럽게 단축하느냐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